어릴 때 숫자 3이 싫었던 우리 동생 - 제대로 살려고 제대로 공부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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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란다를 정리하다가 
동생 일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6학년 시절 일기라
별 기대 안 하고 펼쳐봤었는데,
생각보다 동생이 성숙했다는 거에 놀랬었다...

아빠 총각시절 20대 때


동생 일기 곳곳에는 
동생이 아빠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온더스톤 사진 액자 유골함 비석 봉안당 납골당 꾸미기

그렇다.
나 중학교 2학년, 동생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는 아빠를 잃었었다.

 


나는 이때 한참 사춘기를 겪었던 시절이라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현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20대 초반까지 
아빠가 여전히 우리 옆에 살아계신다는 걸로 착각하고 살았던 거 같다.

그리고 주위 환경마저 나를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었다.


"부모님은 뭐 하시니?" 혹은 "아빠는 연세가 어떻게 되시니?"하고  묻는 어른들에게
"저는 아빠가 돌아가셨어요"라고 고백하면

사람들은 나를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아이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렇게 불쌍하지 않은데... 엄마가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러한 시선보다 더 기분이 나빴던 건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하게 되면

내가 아빠가 없어서 저러는 거라고 날 비난했던 거...........

그래서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게 되었다.

(남자친구를 사겼을 때도 200일 정도는 넘어야 말했었음. 블로그는 익명이라는 게 참 좋아.)

그 덕분에 나는 아직도 가끔은 아빠가 살아계시는 거 같다.

아빠가 돌아가신지 20년이 다 되었는데도 말이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랑 나랑

아빠께서 내가 어렸을 때 울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으셨다.

아빠가 죽은 것도 아닌데 왜 우냐고... 아빠 죽어라고 고사 지내는 거냐고...

그래서 나는 내가 많이 울면 행여나 아빠가 돌아가실까 봐 눈물을 꾹꾹 참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빠가 안 계신다.

그래서 울고 싶을 때마다 마음껏 우는 편이다.

 

 

 

 

 

 

심지어 울고 싶을 때마다 읽는 시도 있다 ㅎㅎㅎ

그 시는 우덕초등학교 6학년 1반 이슬이라는 학생이 쓴 '가장 받고 싶은 상'이라는 시이다.

 

이 시는 그동안 셀 수 없이 읽었는데도,

왜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거지?

 

 

그런데 이 시를 이길 강력한... 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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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생 일기.........

 

주제 : 할머니댁

우리 가족은 3시간에 걸쳐 옛날엔 시골을 갔지만
이제 길이 새로 나서 2시간여 만에 아빠 산소에 도착하였다... 풀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은 왜 아빠산소만 가면 눈물이 나는 걸까?...
우리는 저녁 무렵, 할머니댁에서 저녁밥을 먹고 잤다.
할머니도 내가 많이 보고 싶으셨나 보다...
그런데 할머니는 우리 가족만 보면 우셔서 마음이 아팠다.ㅜㅜ
할머니 울지 마세요~
나도 아빠가 있어서 옛날처럼 웃는 할머니의 모습만 볼 수 있었음 참 좋겠다 ^^❤️

아빠하고 잠도 같이 자고... 손도 잡고,
우리가족 수가 3이 아니라 4였음 참 좋겠다.ㅜㅜ

수많은 일기 중에

이게 가장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유는...

마지막 문장 ㅠㅠㅠㅠㅠㅠㅠㅠ

 

겨우 초등학교 5학년 밖에 안 되었던 작은 애가

숫자 3이 싫다고 쓴 게 너무 슬퍼ㅠㅠㅠㅠㅠ

 

우리 동생이 초등학생 때 이렇게 슬픈 생각을 많이 했었다니...

언니로서 많이 반성했다.

 

 

지금은 아빠가 그리워서 우는 날보다

아빠 없이 홀로 우리를 키우시느라 고생한 엄마,

나보다 아빠 사랑을 덜 받은 동생을 생각할 때 흘리는 눈물이 더 많은 거 보면

참 시간이 많이 지난 거 같기도...~~~?

 

 

 

평소 남한테 속이야기 잘 못하는 나라서

이 일기 언제 비공개로 돌릴지 모르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감수성 풍부해지는 새벽 6시니까^^^^^^^^^^^^^^^^^^^^^^^^^^^^^^

용기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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